호주의 감정, <바질 프레첼>
호주에서 먹었던 바질페스토 파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던 음식이었습니다. 그때의 맛과 감정을 떠올리며 만든 볕뉘만의 바질페스토로 만든 프레첼입니다.
STORY
언제 팬더믹의 시대가 끝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리웠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게 된다면 다시 호주에 가고 싶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두 달이라는 시간은 지금도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거든요.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되었던 건 돌이켜보면 스스로가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도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굳이 가야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사진을 만나게 되면서 낯선 느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억압되어 있던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해외라는 이국적인 느낌은 세포하나하나를 깨워줄만큼 신선했고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모든 행동들이 살아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었어요.
특히 독특한 식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색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주식인 쌀인 우리나에서는 밥과 관련된 상품들이 무수히 많이 있듯이 빵이 주식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상품들이 있는데 그 나라에 가서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제빵사인 저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어요.
호주에 있을 때, 한번은 지인의 초대로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는데 정성스레 바질파스타와 빵이 준비되어 있더라구요.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사간 와인이랑 함께 먹는데 그 맛을 절대 잊을 수가 없어요. 한식만큼 양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국에서도 자주 먹는 편에 속하는데 살면서 먹어본 파스타중 손에 꼽을 정도의 맛이었어요. 너무 놀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레시피를 알려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냉장고로 가더니 가져온 건 마트에서 구매한 바질페스토였어요. 특별한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음식은 역시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호주와 뉴질랜드는 자체 생산하는 제품들이 많고 주식이다보니 선택의 폭도 다양해서 아마도 처음 접해보는 맛일 수 있다고 말해주었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정말 그리울 맛 중에 하나일거라고,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남아있는 와인을 마시며 달큰한 취기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준비되어 있던 빵이 깜빠뉴였는데 너무 잘 어울려 나중에 바질페스토를 꼭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운이 닿아 볕뉘를 만들게 되었고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최대한 비슷한 맛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바질페스토와 개량된 프레첼이 만나 호주의 감정 두번째 작품인 바질 프레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지극히 사사로운 감정이지만 온전하게 마음을 담아 지긋이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