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감정, <사사프라 스콘>
호주에서 느꼈던 감정을 담아내는 <호주의 감정 시리즈>로 호주, 멜번의 사사프라 마을에 있는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miss marple's tea room에서 먹었던 스콘을 볕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플레인 스콘입니다.
STORY
스스로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되어, 다니던 회사(베이커리)를 그만두고 2019년 3월과 4월, 두달동안 호주 멜번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곳에 머물며 새로운 경험들로 삶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잘 구워진 빵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어요. 장거리 비행은 온몸을 녹초로 만들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낯설음의 공기가 생기를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 보낸 1분 1초를 돌이켜보면 기적같은 일이었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그 추억들이 지금도 제 삶에 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제공해주고 있거든요.
처음 접해보는 재료들의 조합은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향으로 먹고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는 순간, 만족감이 쉴새없이 밀려들어와 순식간에 온몸을 가득 채웠고 감탄사를 계속해서 남발하게 만들더라구요. 그 먹거리들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때면 행복한 감정을 다시금 선물해주어요. 그 감정을 "한국으로 돌아가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당시에 하게 되었고 꼭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여행지 중, 특히 사사프라(sassafras) 마을은 동화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는데요. 그 곳의 느낌은 잊혀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게 다가 오는 것 같아요.
굽이굽이 휘어있는 도로를 한참을 달려 도착한 그 곳은 산등성이에 살포시 숨어있는 동네였어요. 온통 서로 다른 푸름을 뽐어내는 나무와 식물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사이사이에 이쁜 건물들이 박혀 있는 느낌이었어요. 달큰한 차를 한 잔 내리고 싶게 만드는 멋진 찻잔을 파는 곳, 그 곳을 닮아 한번도 맡아 본적 없었던 향기를 피어내는 향초를 파는 곳, 특이한 장난감들이 질서없이 한가득 쌓여있어 보물 찾기를 하는 마냥 뒤적거리고 싶게 만드는 곳, 외부는 낡아 곧 무너질 것 같았지만 내부는 현대적인 감각들이 뭍어있어 반전의 매력을 주는 곳 등, 작은마을에 볼거리가 어쩜 이렇게 적절히 들어서있는지...
그런 상점들 가운데 특히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이 바로 Miss Marple's Tea&Room이라는 카페인데요. 고소한 내음을 풍기면서 나온 특이한 스콘과 특유의 씨앗이 씹히는 라즈베리잼, 깊은 색감과 진한 향기를 품은 홍차의 조합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100년이라는 역사를 간직한 그 곳만의 독특하고 깊은 맛은 쉬이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감탄사만을 연발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호주에서 경험했던 많은 기억과 감정들 중, 첫번째로 담아낼 작품으로 '스콘'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특유의 분위기와 100년의 역사가 담겨있는 맛을 흉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제가 그 곳에서 느낀 감정을 상상하며 제품에 녹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또한 지극히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이지만 온전하게 마음을 담아 지긋이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